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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자 이야기] 과학기술연구의 사회소통 활성화 방안

2017년부터 가동이 중단되고 폐로 절차에 들어간 고리원전 1호기. 고리원전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고등교육 사회 문제에서 님비 현상 등으로 자주 언급될 정도로 고질적인 사회문제입니다. 설치해야 하는 타당성은 있지만 설치 장소는 안전, 생명과 관련된 문제로 어떤 이유로도 타당성을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리원전도 사실은 과학정책과 관련된 사회문제입니다. 소통 부족에 의해서 국민이 제대로 과학정책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고리원전과 같은 민감한 문제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실패사례가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죠. 전문적인 영역이며 이것이 실제 내 삶과 직간접적으로 맛닿아 있다고 체감하기란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자들의 전문영역 일반화를 위한 노력 등도 필요한데 연구자들의 참여도 저조한 상황입니다.

이에 과학기술자문회의는 <과학기술연구의 사회소통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현황, 문제점, 해외사례 그리고 해결방법 등을 정리했습니다. 국민이 과학기술정책과 한 발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을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최근 과학문화 정책은 과학기술 이해도 향상 → 국민과의 소통 → 국민 참여형 과학문화 확산으로 발전했고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과학기술문화 확산’을 중점 과제로 선정하고 신과학문화산업 육성, 수요 기반 콘텐츠 개발·확산 등 과학 기술-사회 소통 추진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4차 과학관육성기본계획에서는 과학관의 역할 강화 중심으로 추진전략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출처=픽사베이

정부의 과학 관련 포트폴리오도 매년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과학문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정부 사업의 수는 ’13년 7개 -> ’17년 14개 / 과학관 관련 사업 3개, 과학문화 관련 일반사업 4개 신규 착수 / 최근 5년간 과학문화를 주목적으로 하는 정부 사업의 예산(지방비 포함)은 ’13년 1,119.43억 월 -> ’17년 1,639.62억 원으로 연평균 7.93%로 증가 과학관 관련 예산은 ’13년 1,065.9억 원 -> ’17년 1,335.9억 원으로 연평균 10.91%로 매년 증가 과학문화 관련 일반사업 예산은 13년 358.05억 원 -> ’17년 361.87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등 정부의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중에 있습니다.

일반국민 / 과학자의 과학문화 인식은?

현​재 한국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은 관심도, 이해도, 신뢰도 등 과학기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모두 낮은 편입니다. 이해도는 100점 만점에 성인 27.3, 청소년 33.6으로 낮고, 다수의 국민이 현재 국내 과학기술수준을 평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선진국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외의 국민의 오프라인 과학문화 활동 참여도 저조하며 대국민 과학행사 참여 및 시설 방문 경험에 설문조사 결과, 72~93%의 응답 자가 참여한 적이 없다고 응답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일반국민 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참여 및 인식도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참여는 강자/세미나/심포지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연 1~2회 정도는 그 횟수가 낮고 응답자의 3.7%가 과학문화 활동에 대한 인지도 부족으로 미참여했다고 응답했으며 국내 과학자의 과학문화 참여 활동 향상을 위해서는 응답자의 40.8%가 ‘예산지원’(25.5%), ‘과학문화 전문인력 지원’(20.3%)라고 응답하는 등 예산 및 전문인력 지원을 중요한 과제로 답했습니다.

과학자 참여 활성화에 가장 필요한 역량 교육에 대한 설문응답자의 81.3%가 ‘콘텐츠 제작’(51.0%), ‘스피치’(30.3%)라는 응답이 돌아왔습니다. 과학자 간의 교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과학자 스스로도 깨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외 과학문화 정책 현황은?

그럼 해외에서는 과학문화 확산을 위해 어떤 정책과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요?

일본

우선 일본의 경우에는 3,000만엔 이상 (한화 약 3억 2,308만원) 정부과제 수행 시, 과학문화 활동 의무화 및 직접비 사용을 허용합니다. 또한, 대학 및 연구기관에 과학문화 전문인력 또는 부서 배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 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는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와의 관계 심화를 기본 계획의 핵심 내용으로 강조합니다.

실제 행하고 있는 내용으로는 문부과학성과 JST(일본과학기술진흥기구)를 주축으로 정부 과학소통 활성화를 추진합니다. 문부과학성은 과학문화 관련 연구개발 주요 사항을 검토하고, JST는 과학소통을 지원하는 활동을 추진합니다. 대학에서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 국민의 과학 인식조사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과학자 과학문화 인식 조사를 통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며 끊임 없이 과학 관련 정책과 활동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일본 연구자들은 과학문화 활동을 연구자의 사회적 책무라고 인식하며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은 과학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신뢰하고 있습니다.

영국, 미국


 

출처= overlakeoil / seekvectorlogo

영국과 미국 또한, 과학 관련 예산 배정과 전문가 육성을 위한 노력이 정책적으로 녹아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부연구개발사업 재원의 일정 부분을 과학문화 재원으로 아예 배정하여 5%를 활동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또한, 주로 문화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많은데요. 정부, 대학, 비영리단체에서 과학문화 연구 및 활동재원을 구성해 이를 지원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에는 아예 과학문화 전문부서를 구축해 소속 과학자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합니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미국과학재단(NSF)의 ‘과학문화사업’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프로젝트 2061’을 주축으로 각각 과학문화사업을 통한 학교의 정규 교육에서부터 비공식 과학교육과 소수자 집단의 과학기술 활동 지원,다양한 국민 참여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국민 과학적 소양 제고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국 대학은 과학문화(Science communication) 관련 석사 과정을 운영하며 전문가를 육성하고, 미국 AAAS는 매년 15명을 선정하고 집중적으로 교육하여 소속기관의 과학문화 핵심인력을 육성합니다.

과학문화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언

이러한 현황 분석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문회의는 기관역할 재정립, 제도 개선, 인력 양상 3가지 측면에서 정책 방향을 도출했습니다.


① 과학문화 관련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여 관련 기관 간의 혼재된 역할을 정리하여 예산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것과 ② 과학자들의 자발적 참여 및 강제적 참여를 독려하는 제도를 구축하여 과학 자들의 과학문화 활동이 기본이 되는 문화 조성하는 것 ③ 과학문화 교육의 전문성을 향상하여 양질의 전문가들을 양성하여 전문가들이 직간접적으로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활동을 지원하여 과학자들의 부족한 과 학문화 전문성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정책 방향별 추진과제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과학문화 관련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

해외 사례를 본 것처럼 미, 일, 영은 각각 국가 과학 관련 전문기관에 과학문화 관련 전문부서와 인력을 배치시키고 그들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과학 관련 기관에 역할을 부여해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텐데요. 현재 창의재단, 기초과학연구원, 과학관 등 우리나라의 과학 관련 기관들은 역할이 혼재되어 있어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별 기능을 정확하게 분담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제안한 개선방향은


창의재단과학문화사업수행, 관련 연구 및 인력양성 지원·관리기관으로 역할 특화 과학관과학 전시 및 교육을 포함한 과학문화 보급 및 지역별 허브기관으로 역할을 특화 출연(연) 관련 과학기술에 대한 전문지식 제공, 과학문화 콘텐츠 제작 등 과학문화 생산기관 역할을 특화하는 방향입니다.

과학문화 지원 제도 개선

기관에 더해 이런 활동을 진행할 인력이 필요할텐데요. 전문 과학자가 과학문화 활동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지원해야겠죠.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문화 전문기관을 제외한 대다수 기관에는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과학문화 전문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과학문화 전문기관인 과학관조차 과학커뮤니케이션 자격증 또는 과학관 학위 보유자가 평균 0.2명 이하라는 것으로 실상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관련 연구비인 '과학문화활동비'도 간접비에 포함되어 있어 책정 연구비의 10~20%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 과학문화 참여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이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예산,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활동 지원, 국민의 과학문화 참여 지원과 관련한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우선 예산 관련해서는 과학문화활동비를 직접비 계정으로 변경하여 실제 용도 이외 사용을 방지하고 기존 홍보부서에서 추진하는 기관 차원의 홍보 활동이 아닌,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활동 지원을 위한 전문역량(콘텐츠 제작, 과학문화 활동 기획등)을 지원하는 부서 또는 인력을 배치하여 전문성을 높이고 조직의 규모 및 전문성 확보 여부에 따라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활동을 위한 도구 및 방법론 개발 연구를 역할에 포함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더해 과학자들의 활동 활성화를 위해 3억 원 이상 국가연구개발과제에 과학문화 활동을 의무화하여 원자력연구개발, 사회문제해결형기술개발 등 사회소통의 중요시 되는 사업에 평가지표에 시범적으로 가산점 항목으로 반영하는 등 최종적으로는 출연금 연 3억 원 이상 국가연구개발과제에 연 1회 이상 일반인 대상 과학문화 활동을 의무화하고 평가지표에 과학문화 활동여부를 점검하는 지표를 추가하는 방향을 통해 의무적인 과학문화 활동 정책을 제안했습니다.


국민의 과학문화 참여 지원을 위해서는 소규모 제작사 또는 1인 창작자 과학문화 콘텐츠 제작지원​을 통해 관련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 되도록 하고 과학문화 바우처(과학문화카드) 사업을 통해 과학문화 참여 국민에게 일정의 자금지원으로 참여를 장려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각각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및 문체부의 사업을 참고하여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장려했습니다.

과학문화 역량 강화

마지막으로 과학문화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최근 3년간 과학문화 활동 미참여 이유에 대한 설문에서 '과학문화 활동 참여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라는 응답자가 25.3%이며 실제 과학문화 전문기관을 제외한 대다수 기관에는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과학문화 전문인력이 부족했습니다. 또한, 과학문화 관련 국내 학위과정 부족도 역량 부족의 원인이 됩니다. 국내 학위과정은 서강대는 과학커뮤니케이션 합동과정, 카이스트는 과학저널리즘 학과 2개 뿐입니다. 이에 과학자들의 과학문화 전문인력 지원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이를 지원할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과학문화 참여 활성화에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예산지원 다음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추진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과학문화 전문인력 부족의 문제에 대해서는 ① 과학문화 관련 과목 과학기술 관련 대학원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 ② 연구기관 과학자 과학문화 교육 지원 ③ 과학문화 프런티어 프로그램 운영을 제시했습니다. 과학 관련 대학원 과정에 과학문화 개론, 과학문화 방법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지정하고 글쓰기, 스피치 등 기초커뮤니케이션은 물론 콘텐츠 제작 관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키는 것입니다. 또한, 연구자 중심으로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소통역량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을 제대로 개발하고 매년 과학 분야 사회적 이슈를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연구자 중심으로 정기진행하는 방안입니다.

과학문화 전문인력 양성 지원과 관련해서는 ① 과학문화 관련 업무 종사자에 대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② 전문대학원 또는 대학원 협동과정으로 대학원 학위과정 개설 지원을 제시했습니다. 과학관 직원, 과학교사, 연구소 홍보 담당자 등 과학문화 확산 관련 업무 종사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문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 및 운영하는 것과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술경영 전문대학 지원 사업과 같이 대학원을 선정하여 5년간 연 10억 원 내외의 과학문화 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과학연구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정책으로 책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합니다. 일반인을 위한 전문분야 학습 및 업데이트, 정보공개 등의 부진으로 정책을 추진조차 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겠죠.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학이 일반인과 멀어지지 않도록 지금부터 차근차근 과학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