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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자 이야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과학기술 정책방향

깊은 산 속에서 실종되어 온 국민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한마음으로 기도했던 조은누리양이 기적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지적장애 2급으로 낯을 가리는 것 이외에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20분만에 실종되었다는 점과 산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도 오랜 시간 동안 수사에 진척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실종자 가족과 온 국민의 걱정이 컸던 사건이죠.


 

(좌) 실종 열흘 만에 극적으로 구조된 조은누리양(14) [출처: 뉴스1]

(우) 조은누리(14) 양을 최초로 발견한 육군32사단 기동대대 박상진 원사(진), 군견병 김재현 일병, 정찰견 ‘달관’. [출처: 육군제공]

지적장애는 발달장애 중 하나입니다. 발달장애는 지적장애와 자폐성 장애로 구분되며 의사소통, 상황, 판단 등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장애입니다. 이에 발달장애인 뿐만 아니라 가족도 이들을 돌봐야 하므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죠.

과학기술 업계에서도 발달장애 치료 및 원인규명을 위한 연구는 각 기관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간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과 R&D 투자는 경제발전에 치중하여 아직까지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일상생활 불편 해결이나 삶의 질 개선에 있어서의 역할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타인 의존도가 높고 19세 이하 장애인 중 많은 비중(65.5%)을 차지하고 있으며, 발병원인과 증세 또한 복잡•다양하여 원인규명과 진단‧치료 연구 등에 있어 과학기술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8년, ‘사회적 약자(발달장애인)를 위한 따뜻한 과학기술 활성화’를 자문의제로 채택하여 현장토론회 및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의견 수렴하고 자문보고(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럼 발달장애인을 위해 자문회의에서 마련한 과학기술 정책방향에 대해서 살펴보실까요?


발달장애 관련 이런 개선이 필요합니다! "현장의 목소리"


전주지역 '발달장애인의 평생교육과 자립생활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발평자사모) 기자회견 현장모습 (출처. 전북도민일보)

자문안은 우선 발달장애인 사안에 대해 가장 근접한 위치의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요. 발달장애인의 부모, 기초•임상 연구자, 발달장애 관련 기업•단체 총 3개 분야 현장의 목소리는 다각도로 과학기술계 협력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자녀의 부적응행동 케어의 어려움 및 효과 검증이 미흡한 각종 대체의학적 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에 대한 걱정하며, 국가차원에서의 지원을 호소했고, 기초•임상 연구자는 발달장애의 원인, 조기 치료 등 관련 R&D를 위한 유기적 연계 네트워크 형성을 요구하고 관련 기업•단체는 시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기 산업 등을 공익적 측면 평가기준을 마련하여 기술•제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어필했습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연구자를 위한 R&D 관련 자문안으로 2개, 관련기관 관련 자문안 1개, 발달장애인 부모의 요구 관련 1개로, 총 4개의 자문안이 마련되었습니다.


1. 발달장애 전담 연구기관 및 중장기 R&D 계획 마련 (연구자 및 관련기관)


현재 연구기관의 발달장애 원인규명 및 치료법 개발을 위한 R&D는 진행 중이긴 한데요. 과기정통부(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기초연구지원 등), 복지부(질병극복기술개발, 정신건강 기술개발 등), 산업부(바이오산업핵심기술개발 등) 등이 각각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달장애’를 전담으로 맞는 중심 부서가 없어 소규모, 백화점식 R&D가 이뤄지고 있어 근원적인 장애원인 규명이나 진단•치료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자문안은 ① 발달장애 해결을 위한 전담연구기관(or 사업단)을 설립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전담연구기관은 발달장애 대응 R&D 사업을 기획•추진하고, 각 부처에서 수행중인 발달장애 관련 R&D 연구의 통합 조정•관리 업무를 맡아 보다 체계적인 연구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두번째로는 ② 범부처 차원의 ‘발달장애 대응 중장기 R&D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시급성•중요도를 고려하여 단계별 추진과제 범위 및 목표를 설정해서 연구가 진척되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원인규명, 치료제 개발을 성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체계적으로 진행해나가는 방안입니다. 또한, 해당 연구가 공공성으로 인해 성과달성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성과평가에 불리하게 적용되지 않도록 성과 평가지표로 ‘공익적 효과’를 고려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하였습니다.

2. 발달장애 장기•공동연구 플랫폼 및 성과 공유시스템 구축 (연구자)


 

각 연구기관 간 교류의 부족을 해결하는 방안도 자문안에 포함되었는데요. 현재 대학 및 출연(연)은 원인규명을 위한 기초중심으로, 병원 및 산업체는 진단•치료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중에 있는데, 현재까지도 발달장애의 정확한 원인규명이나 근본적인 치료법(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교류 부족에 더해 개인정보를 포함한 의료정보 공유가 제한되는 현행법령도 방해물이 됩니다.

이에 자문안으로는 ① 공동 연구 플랫폼 구축을 제안했습니다. 전담연구기관과 각 부처 연구기관(뇌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등)이 개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연계하여 발달장애 全주기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입니다.

또한 ② AI, 빅데이터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문제해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현재 연구하고 있는 기관 이외에 다양한 분야 기관이 함께 기획 단계부터 공동 연구 성과 활용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 ③ 대규모 장애집단을 대상으로 장기 코호트 연구에 대한 정부 R&D 우선적 지원을 통해 발달장애의 원인규명•진단 치료 관찰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코호트연구: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는 전향성 추적조사를 의미한다. 특정 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노출되지 않은 집단을 추적하고 연구 대상 질병의 발생률을 비교하여 요인과 질병 발생 관계를 조사하는 연구 방법이다. 요인 대조 연구(factor - control study)라고도 불린다. (출처. 위키백과)

3. 발달장애인 생활 편의 증진을 위한 맞춤형 기술개발 (발달장애 관련기관)

발달장애인도 가지고 있는 장애에 따라 지능, 언어, 운동 등 그 종류가 여러가지인데, 어떤 경우든 기본적인 것부터 남에게 의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 또는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에 발달장애인의 가족은 항상 장애인을 돌보고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발달 장애인의 돌봄 의존도는 자폐성 87.2%, 지적 81%로 전체 장애인 평균(32.2%) 대비 높은 편에 속합니다. (출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서울발달장애인사생대회' CJ 임직원 자원봉사 모습 (출처. 뉴스인사이드)

이에 과학기술자문회의는 ① 자립 및 활동을 도와줄 기술개발 지원 확대 를 제시했습니다. 실종예방을 위한 GPS 활용기술, 가상현실 교육훈련 콘텐츠, 인공지능 소셜로봇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이 가족과 같은 타인의 도움을 덜 받고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입니다. 또한 ② 리빙 랩 형태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도 방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리빙 랩(Living Lab)은 ‘일상생활 실험실’이라는 뜻으로 사용자가 연구 혁신의 활동 주체로 기능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발달장애인이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하여 더욱 효과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하여 효과적인 연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4. 발달장애 비약물적 치료 효과 검증 (발달장애 부모)

발달장애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는 기술이 많이 발전한 지금까지도 정보 부족으로 뇌파치료, 자기장치료, 고압산소치료 등 비과학적인 치료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발달장애 조기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무분별한 치료로 인해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사회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발달장애인 부모는 정확한 치료법도 알지 못한 채 염려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 '채비' 스틸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이에 과학기술자문회의는 ① 과학적 근거 확립 및 자격 요건•서비스 표시 등 기준 마련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대학병원이나 특수교육학과 등과 연계해 실제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장애학생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비약물 치료를 직접 해봄으로써 각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나 기준 등을 마련하는 방안입니다. 또한, 부모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② 비약물 치료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작성•공개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관련단체 및 출연(연) 등 다양한 소통채널을 통해 연구 성과, 정보를 수시로 부모에게 제공하는 방안입니다.


아직 발달장애의 정확한 원인도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받는 발달장애인의 돌봄을 가족이 고스란히 감당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현재 한국의 등록장애인 기준 발달장애인이(21.8만명) 약 10%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자문안을 바탕으로 발달장애 관련 R&D 체계가 개선돼 단순히 신기술을 개발하는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연구가 아닌, 근본적인 장애원인 규명, 정확한 치료가 가능한 유의미한 연구성과가 빠른 시일내에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