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ARPA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아마도 생소한 단어일텐데요. 그 의미를 들으시면 국가에, 국민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ARPA는 바로 국민의 안전보장(national security & safety)이라는 국가 어젠다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군대, 국방을 이야기 하며 나아가 홍수, 지진 등 극단적인 재난재해(X-event)를 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오늘 정책연구보고백서에서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국가의 역할과 관련되어 있는 어젠다인 'ARPA'에 관한 보고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위한 한국형 ARPA 추진방안을 보러 가시죠!
연구 배경 및 한국형 ARPA 필요성
국민의 안전보장(national security & safety)이라는 국가 어젠다(national agenda)에 대한 기술적 해법(technological solution)을 제공할 수 있는 혁신 시스템의 도입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방과 극단적 재난재해(X-event)에 있어서, X-event는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기술적인 난제와 미래 예측 가능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선제적인 기술적 해법의 준비, 그리고 국방의 경우, 예상 가능한 물리적 타격을 사전에 탐지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과, 타격을 입었을 경우에 그 피해를 최소화하며 빠른 시간에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탄력성(resilience) 확보를 위한 기술적 해법의 제시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또한, X-event로 대표되는 극단적 위기상황과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여 국민의 안전보장을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위와 같이 ARPA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보유한 최고의 과학기술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혁신 시스템의 구축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가 어젠다를 발굴 및 선정하고, 이를 과학기술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의하며, 이를 위한 체계적 R&D 활동을 수행하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는 문제점도 있는데요. 개별 부처/부문/기술별 R&D 활동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국가 어젠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국가 어젠다 대응을 위해서는 국가 과학기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융합적/협력적 R&D 활동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시스템의 구축이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입니다.
국가 어젠다에 대한 효과적인 기술적 해법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미션 중심의 R&D 시스템 도입이 필요한데요. 즉, 고위험-고수익의 아직까지는 발생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대응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 더해 국가 단위의 어젠다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전체의 역량을 동원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또는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한국형 ARPA시스템 벤치마킹 기구 - 미국의 DARPA
미국 국방부에는 DARPA라는 R&D 기획 및 관리 조직이 있는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한국형 ARPA 시스템 구축에 있어 이를 벤치마킹하여 추진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DARPA는 예상되는 적으로부터의 기술적 타격에 대비하기 위해 변혁적 기술개발을 수행하고 국가 안보유지에 필요한 기술을 공급하는 것을 그 미션으로 합니다. 또한 DARPA의 연구는 성과의 파급효과가 크지만 실패의 위험도 역시 매우 높기 때문에 일반적인 연구조직이 회피하는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각 사업의 책임자인 PM(program manager)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형태입니다.
이러한 DARPA의 연구는 인터넷(ARPA-net), 스텔스, GPS, SIRI 등과 같은 성공사례를 만들었으며 이에 뒤를 이어 ARPA-E(에너지부), HS-ARPA(국토안보부) 및 I-ARPA(국가정보국)가 차례로 수립되기도 했습니다.
(좌)자료: H.Dubois (2003), DARPA’s Approach to Reflection in Industr
(우)자료: DARPA(2009), Strategic Plan, p. 4.
DARPA는 소규모(300명 이하)의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입니다. 국장-부서장-PM으로 구성되며 연구의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PM의 역할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죠. 국장과 부서장은 각각 고위공직자로부터 조직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민간의 수요를 조직에 전파하는 역할, 각 PM에게서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도록 유인하는 역할만을 수행합니다.
DARPA의 연구는 “DARPA-hard niche” 분야에 집중하는데요. 말 그대로 성공한다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되지만 실패의 위험도 그만큼 커 일반적인 연구조직이 회피하는 분야를 맡는 것을 말합니다.
자료: 진석용(2013)
DARPA 과제선정 기준
고위험-고수익(High Risk, High Pay-off)
성공했을 경우에는 그 파급효과가 매우
크지만 실패 위험도 매우 큰 과제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과제
가교기술(bridging the gap between long-term basic research and short-term
R&D)
장기적인 기초연구와 단기적 개발 수요 간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기술
2) 장용석(2011) 및 진석용(2013) 자료 요약
DARPA의 연구성과는 원칙적으로는 연구수행 기관에 주어집니다. 단, 연구비(GRANT)를 지원받은 기관의 경우는, 연구비 규모에 비례하여 DARPA에 해당 연구결과의 사용권한을 부여해야 합니다. 연구수행 단계에 따라 기술 활용도가 달라지는데요. 프로그램 내 중간 심사를 거쳐 각 프로젝트들의 Go/No-Go를 결정하게 되며, 중간 산출물인 기술과 최종 개발된 기술을 각각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다음은 DARPA의 시행하고 있는 주요 프로그램 현황입니다. 흥미롭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료: DARPA 홈페이지 참조 연구진 정리
자료: DARPA 홈페이지 참조 연구진 정리
자료: DARPA 홈페이지 참조 연구진 정리
한편 DARPA의 성과들은 많은 실패를 바탕으로 창출된 것이라는 점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수행 방식 자체가 다수 연구진에 의한 다양한 방법들을 경쟁적으로 시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중단되는 사례들이 다수 발생하기도 하죠.
또한, 변혁적 혁신을 목표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제한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DARPA에서 도전하고자 하는 기술 분야는 현재 산업이나 기술에 바로 적용하기 힘들거나, 현재 지표로서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존의 통상적인 평가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한국의 DARPA 시스템 도입을 위한 사회 및 제도적 조건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이와 같은 DARPA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서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하며 필요할까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를 1. 필요한 요인 2. 사회적 조건 3. R&D패러다임 및 제도의 전환 총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DARPA시스템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요인
1. PM에 대한 신뢰 및 자율성
DARPA PM에게 주어지는 자율성 및 그에 대한 신뢰도는 기타 연방기구의 PM과 확연한 차이점을 보입니다. PM은 프로그램의 기획, 선정, 평가(과제 중단 여부)의 전 주기를 담당. 과제선정 시, 동료평가(Peer Review)를 활용할 수 있으나, 이는 온전히 PM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죠.
2. 제한된 임기 및 이에 기반을 둔 시급성
DARPA PM은 통상 3~5년의 한시적 임기로 고용되며, 연간 약 25%의 PM이 교체됩니다. 제한된 임기는 DARPA에 지속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가득 찬 인력이 유입되도록 하는 원동력으로써 PM의 명찰에는 임기가 적혀있으며, 이를 통해 PM은 항상 자신의 임기를 기억하며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또한, DARPA PM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3~5년이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한된 임기가 PM으로 하여금 고안한 프로그램을 단시간에 완성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시급성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다만, DARPA의 PM이 현직 PM이 채용을 하거나 과거에 PM으로 일했던 사람들의 추천을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칫하면 Old Boys’ Club화(化)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하기는 합니다.
3. 목적 지향성
DARPA는 적으로부터의 기술적 충격(Technological Surprises)에 대비하기 위해서 변혁적 기술(breakthrough technologies)을 개발하고, 국가 안보 유지에 필요한 기술 공급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PM은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DARPA 미션의 중요성은 혁신을 이끄는 연료와 같은 원동력이 됩니다. DARPA에 따르면 PM은 ‘시장에서 더 잘 팔리는 기술 개발이 아닌 미국 시민의 안위(Well-being) 그리고 나아가 세계시민(fellow citizen)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한다는 사실’에 영감을 받는다고 합니다.
4. 위험의 감수 및 실패에 대한 관용
가장 중요한 내용일것 같은데요. DARPA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최첨단의 기술 혁신(cutting-edge
innovation)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에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임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The Broad Agency Announcement(BAA)를 본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이 프로그램은 불가능(impossible)하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의 목표가 충분히 높게 설정되지 않다는 뜻”이라고 할 정도라고 합니다. 또한, 비록발된 수많은 기술들 역시 이전에 시도되지 않았기 때문에, 완벽한 목적 달성에는 실패하였더라도, 이를 도전하는 여정의 중간에서 실패로만 보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DARPA의 국내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하는 사회적 조건
DARPA는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하고자 하는 시스템이지만, 각국의 문화, 연구체계, 노동시장 등의 특색에 따라 미국과 같이 잘 작동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는 DARPA 조직의 임무와 역할이 다름을 인식하는 것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데요. DARPA의 역할은 연구개발이 아니고 기초연구를 모아서 실증/적용하는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며, DARPA의 PM은 연구자가 아니라 투자자 혹은 VC(virtual ceo)라고 불립니다. 일반적인 기초연구, 도전적 연구와는 목적과 성과 측면에서 다름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하는 것입니다. DARPA 설립 시 부처단위가 아니라 국가단위의 고민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한국에 적용될 때에도 국가 아젠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혁신 플랫폼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신규 조직 설립의 부담을 극복할 필요가 있으며, 역량 있는 국장, 부서장, PM이 반드시 요구되며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충분한 인센티브도 필요합니다.
R&D 패러다임 및 제도의 전환
최종 성과물의 활용을 목적으로 한 PM 중심 책임성 있는 기획/관리/성과관리가 필요하므로 성과 목표의 실증에 이르기까지의 책임성과 재량권을 부여하는 제도 및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에 더해, 블록펀딩 형태의 다년간의 자율적 연구활동 지원, 경쟁형 R&D와 같이 도전적 목표에 대한 중복적 trial 형태의 접근 허용 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국형 ARPA 구축 방안
이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제안하는 한국형 ARPA는 아래와 같습니다.
(가칭) K-ARPA (Korea Advanced Agenda Research Project Agency) 시스템
(정의) 국가 어젠다(National Agenda)를 발굴하고 이에 대비하는 과학기술적 솔루션 제공을 모색하기 위한 시스템
(특징) 최고의 외부 연구자원을 활용하여 선도적이고, 실패확률이 높은 연구를 수행하는 개방형 혁신 조직으로서 국가적 어젠다의 달성과 개발된 기술의 민간 상용화를 동시에 추구
조직구조
- (원장, Director) 대통령이 임명하며, 고위 공직자들과 협력하여 조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정부와 민간의 수요를 파악 이를 조직 내부에 전파하는 역할 수행
- (본부장, Office Director) 연구 분야별 부서(office)를 책임지는 부서장으로서, 도출된 국가 어젠다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있는 최고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PM으로 영입하고 이들로 하여금 해당 국가 어젠다 대응을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과제 기획 및 관리를 일임
- (PM, Program Manager) 3~5년의 단위로 고용계약을 하며, 연구 과제의 최종 선정에서부터 연구소, 대학, 기업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팀 구성과 연구진행, 관련 예산 집행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의 진행 전반 결정
- (인적 구성) in-house 연구시설을 보유하지 않는 경량 조직을 지향하며 거의 모든 조직원이 계약직으로 구성되는 최대 250명을 넘지 않는 조직 규모
시스템 설계 방안
- (성과 평가 제외) 성공/실패의 이분법적인 평가 형식에서 벗어나 연구 수행을 통해 확인된 기술적 진보 및 함의(implication) 등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과제를 관리
- (선수-심판 분리 제도 제외) PM에게 연구과제의 기획/수행/평가 등 R&D 전주기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부여
- (모든 예산의 block funding화) PM에게 예산 집행의 전적인 권한을 부여하여 기간 별 연구비를 유연하게 설계/변경 가능하도록 설계
- (경쟁형 R&D 방식허용) 동일목표 달성을 위한 경쟁형 R&D 방식을 허용하여 문제 해결의 다양한 접근방법 검토를 촉진
- (PM 및 연구진의 참여 인센티브 부여) KARPA에 참여하는 PM 및 연구진에게 훈장 또는 표창 수여, 정부 R&D 과제수주 시 가점부여, 원 소속기관에서 받는 연봉의 120% 지급, 원 소속기관 연구에 대한 운영보조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
- (PM 및 연구진에 대한 최고의 연구환경 조성) PM 또는 연구진 요청 시, 수행 연구와 관련 있는 출연연 기자재 사용 권한을 부여하고, 원 소속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옵션과 On-site 방식으로 수행하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
- (PM 및 연구진의 피해 최소화) PM 또는 연구진이 KARPA 과제 수행 후원 소속기관에 복귀 시 1~2년 동안은 기관 내 평가를 유예
- (TLO 운영 고려) 연구성과 활용 극대화를 위한 조직 내 TLO 운영을 고려
국방, 그리고 극단적 재난재해는 우리에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다가오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이는 언제나 필요하지만 특히 현재의 기술적 난제와 미래의 기술적 도전 대응으로 꼭 추진되어야 할 국가 차원의 도전과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DARPA 조직의 도입만으로 현재 우리가 직면해 있으나 인식하지 못하는 국가 위기 상황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고정관념과 사회적 가치, 경제적 행태를 바꾸는 것입니다. 제조업/건설업 관점의 가치사슬에서 탈피하여 서비스업/창조사업 관점의 가치사슬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과학기술 분야 관계자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도 바뀐다면 더욱 안전한 국가 만들기가 빠른 시일내에 이뤄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