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회의에서 지난 11월,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타운홀 미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의 연구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미팅이었죠.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발전에는 누구보다도 대학(원)생과 포닥 등 청년 과학자의 역할이 가장 클텐데요. 이러한 과학자들이 미래시대를 위해 훌륭한 과학자로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육성, 지원 정책이 중요합니다. 우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개발 경로 구축의 관점에 따른 지원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신·구 정책 간 연계와 종합적인 추진이 이뤄질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겠죠.
이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미래 과학자 성장을 촉진하는 청년과학자 육성 지원방향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보고서를 통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보시죠 :)
청년과학자 양성 및 활용 현황
우선 현재 청년 과학자 관련 정책과 시스템의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크게 3가지 정도의 문제점이 있는데요. 1. 고용 및 경력개발경로 불안정 2. 양질의 일자리 부족 3. 대학 특성화 및 교육 역량 부족 입니다. 그럼 각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고용 및 경력개발경로 불안정
석․박사 졸업생의 많은 수가 대학 등에서 비정규직으로 생활하거나 다른 직업을 택하는 등 고용 및 경력경로가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1년 기준으로 볼 때, 이공계 분야에서 국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학업전념 박사는 4천여 명(포닥 포함)으로 추정되나, 연구 업무에 전념하는 연구개발인력은 매년 3천명 규모 증가에 그쳐 매년 최소 1천여명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이탈하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 이공계 인력 경력개발 흐름도
이는 심각한 고용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2016년에는 이공계 석사 졸업생의 49.1%만이 전문지식을 활용하는 과기 전문직에 종사하고, 그 가운데서도 자연계열 13.9%, 공학계열 9.1%가 정규직의 60%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비정규직에 취업했다고 합니다. 이공계 박사의 경우도 과기전문직 종사자는 78.6%(9.1만 명)에 그치고, 자연계열의 경우 정규직 임금의 56%만 받는 비정규직 종사자가 20.5%에 달했습니다. 이런 처우는 4차 산업 시대에 따라 연구개발에 많은 인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재가 이탈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됩니다.
양질의 일자리 부족
처우 및 환경 뿐만 아니라 실제로 기업 등 민간 연구인력 수요의 부족에 따라 석․박사 졸업생의 많은 수가 대학 등 에서 비정규직으로 생활하거나 다른 직업을 택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는데요. 대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 등의 연구역량 및 환경은 박사 등 고학력 인재를 수용하는 등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업 연구원의 학위별 비중은 박사 6.7%, 석사 25.4%, 학사 59.5%, 기타 8.2% 등으로 학사 인력 중심이며, 박사학위자가 1명 이하인 기업부설 연구소는 전체의 절반 정도입니다. 매출액 상위 5개사가 기업 연구개발비의 37.7%를 투자하고 박사 연구원의 26.8%를 고용하고 상위 20개사도 연구개발비의 51.6%를 투자하고 박사 연구원의 40.3%를 고용하고 있습니다.
이공계 석․박사 경제활동 현황 종합
이에 따라 신규 박사의 대부분은 공공부문을 일차적으로 선호하는데, 2000년대 이후 대학의 비정규직(비전임, Non-tenure Track) 증가와 출연연 정원 규제에 따라 좋은 일자리는 상당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공계 박사의 전통적 직업군인 학계-공공-연구직의 비중이 줄고 직업의 학위 관련성도 크게 하락하는 등, 박사인력 노동시장 추이로 볼 때 당분간 질 좋은 일자리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박사인력의 중소․중견기업 진출 등 진로 다양화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학 특성화와 교육 역량 강화
우리 대학의 역량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거점국립대학도 신규연구개발인력 육성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개별 교원의 연구역량 격차는 크지 않으나 학위배출자의 진로와 역량은 차이가 나는 ‘연구역량과 교육역량의 불일치’ 현상 발생하고 있는 것인데요. 연구중심대학 등 대학 특성화와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이공계 전임교원의 수와 논문 등 성과, 연구개발비, 박사학위 배출자 규모 등 연구관련 지표만이 중요하게 다루어졌는데 이제는 배출 박사학위자의 진로가 더 의미 있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또한, 정부의 상향식 기초연구 2배 확대와 교원 수혜율 50% 목표 추진 시, 연구중심대학이나 수도권 대형 사립 등의 대학보다는 현재 연구개발 수행 비중이 낮은 타 대학군 수혜율의 더 큰 증가가 불가피하여 학업전념 이공계 박사의 배출 규모를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보다는 기초연구에 치중하는 인원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현재 대학원(석사/박사/석박통합)의 전체 충원율이 83.0%인 점과 대졸자 취업난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대학 연구비의 증가는 대학원생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 R&D와 대학 연구(교육)활동의 종합 관계도
이에 따라 연구개발정책이 아닌 과학기술인력정책 측면에서는 기초연구, 논문 작성 능력 중심의 박사과정 교육보다는 실제 경력 경로를 염두에 둔 실용적 교육을 강화하여야 하고 순수기초연구사업보다는 오히려 민간의 인력 수요를 고려한 산학 연계형 R&D 사업 비중과 교육역량강화 목적 사업의 비중 확대가 시급합니다.
기초연구지원 확대가 박사인력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교원의 대학원생 인건비 부담 체제를 개선하고 연구지원, 기술 등 공통인력 확보를 개인이 아닌 대학/학과 차원에서 해결하는 방안이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청년 과학자 연구 및 교육 현황과 문제점
이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2018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두 달간 국내 주요 대학 원총 간부 및 이공계 석박사과정생 20명 대상으로 현황을 알아보는 조사를 진행하였는데요. 정책과제의 실효성 제고 차원에서 현장의 문제점과 이슈를 세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실제 청년과학자 그룹과의 인터뷰 및 현장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주요 정책대상자인 이공계 대학원생과 심층인터뷰를 실시하여, 청년과학자의 교육‧연구환경 및 경력 관련 현장 이슈를 도출하고 지원정책(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는데요.
연구/교육환경, 취업/진로, 대학원생 처우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프로젝트 참여 현황
- 전공 및 연구실별로 참여 프로젝트의 종류와 수는 다르지만, 전반적으로 국가과제 수행 비중이 높으며 석사과정 보다 박사과정생의 프로젝트 관여가 높음
□ 프로젝트와 개인연구 간 연계성
- 참여 프로젝트 주제와 개인 연구논문 간 연계 정도는 전공/연구실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프로젝트와 개인연구가 연결된다고 보고 있음. 그러나 연계가 낮은 경우도 존재하며, 이로 인해 특히 프로젝트의 행정 업무에 대한 피로가 부각됨
□ 졸업 후 진로
- 시장 정체, 국내‧외 박사학위자 증가 등의 환경 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박사 졸업 후의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느낌. 졸업 후 진로 설정 시 전문 일자리 부족으로 차선(교수 연구원으로 잔류 등)을 택하는 경우도 있음
□ 처우 및 연구노동
- 현재 석‧박사과정생이 받는 인건비는 등록금을 제한 식대 정도로 체감하며, 학생으로서 ‘연구’와 ‘노동’을 함께 수행하는 이중적 정체성이 존재한다고 봄
□ 기타 개선의견
- (국가과제 제안 시 가점 요소 부여) 예로, 연구실이 몇 명이상 규모인 경우 행정직원이 있으면 선정평가 등에서 가점을 주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
- (국가과제와 기업 연계) 연구노동, 취업 관련 문제는 정부과제가 기업과 동떨어진방향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서 발생하므로, 국가 연구개발 과제 방향이 기업과연계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
- (교수 중심 과제 환경) 어차피 과제 진행이나 인건비 배분 등이 교수의 전권이기때문에, 학생 지원 정책이 실현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학원생이 느낄 만큼 지원이강화되는 부분이 없고, 과제 연구비에 포함된 등록금과 연구수당을 마찬가지로 받을 것임
- (장학금) 큰 재원을 쪼개어, 장학금 주듯 적게 여러 곳에 지원해 주는 게 더 도움이 될 거 같음
- (산학장학생) 일자리 연계에서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은 산학장학생으로, 기업체뿐만 아니라 여러 국책연구소에서도 산학장학생을 뽑으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으며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보임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대학은 정부R&D의 22.5%를 수행하는 주요 R&D 주체이지만, 중요한 근간은 교육주체로서 우수인재 양성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육’과 ‘R&D’라는 이원화된 목표를 설정하고 ‘학습’과 ‘연구’라는 이원화된 역할을 갖는 학생의 특성을 고려해야하며 교수는 교육자로 평가하는 정부정책(R&D 및 평가제도 등)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었습니다.
미래 청년 과학자 육성·지원을 위한 정책방향(안)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러한 일련의 현황과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1. 대학원 법제 정비와 교육철학 확립 2. 대학원 교육 및 연구 환경 개선 촉진 3. 청년 과학자 일자리 수급 개선 4. 대학원생의 권익보호 5. 대학원 통계 정비 총 5가지의 미래 청년 과학자 육성과 지원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개선방향: 연구자 행정부담 감소, 학생연구원 처우와 권리 제고
1. 대학원 법제 정비와 교육철학 확립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대학원의 역할 및 기능을 교육 중심 철학에 맞게 개정하는 것인데요. 대학(원)의 본분은 미래 인재 양성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청년과학자의 성장 및 경력개발 지원 체계 구축 관점에서 관련 정책 설계 및 지원 통로의 체계화하는 방안입니다.
2. 대학원 교육 및 연구 환경 개선 촉진
우선 대학원 교육 및 연구 환경 개선 촉진을 위해서는 대학원 양질의 심화교육 환경 조성을 위한 대학(원) 지원 정책의 설계와 연구개발정책의 개선할 필요가 있는데요. 교육역량 강화를 위해 연구지원 성격이 강한 BK21 플러스를 대학원 차원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으로 전환하고 중장기 발전계획, 기본 교육 인프라, 청년과학자 연구역량 제고를 위한 컨설팅 시스템 등의 지표를 지원대상 선정 및 사후 평가에서 강조하는 대학(원) 지원 사업으로 개편하되, 학부처럼 대학원 구조조정도 연계하여 지원 및 추진하는 방안입니다.
연구개발수행체계 선진화를 위해서는 대학 연구개발 지원체계 확보를 위한 간접비 인상 및 활용 자율성을 강화하고,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를 주요 지표화해야 합니다.
성과기반 블록펀딩도 필요한데요. 일정수준의 연구 여건과 역량을 확보한 대학에 자체적 특성화 발전을 위한 일반 지원금(GUF) 사업을 신설해야 합니다. 이공계 전임교원 수와 전일제 박사과정학생 수를 기본 지표로 시작하고 3년 주기의 연구성과 평가(대학 자율 성과목표 추진 허용)를 통해 지원금을 차등 배분하는 방식을 제안합니다.
대학 R&D 수행기관 선정시 대학원이 갖는 기본적인 심화교육 환경 및 R&D과제와 교육 연계성 강화 방안도 마련해야 하는데요. 일반대학원 구조조정과 연계하여 기초 교육 투자 강화, 연구참여 박사후과정생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 멘토, 네트워크 지원 등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3. 청년 과학자 일자리 수급 개선
대학원 LINC 사업 등 산학협력과 산업수요 연계형 R&D 지원 강화와 개인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한데요. 대학원의 산학협력 촉진과 중소기업 연계 R&D 강화를 위한 사업을 교육역량 강화 사업 규모로 신규 확충해 중소기업 연구역량 향상을 지원을 통한 좋은 일자리 확충과 연구중심 대학(원)이 아니라 산업 연계 R&D와 산업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춘 대학(원) 특성화 촉진을 위해 기존 LINC 사업을 벤치마킹해 대학(원) 지원 사업으로 신설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대학 재정지원사업 재구조화
인력수급 계획의 패러다임 전환도 필요한데요. (정부)신산업 수요와 연계한 R&D 기획, (대학) 미래 신기술 개발과 좋은 일자리 연계 체제 구축이 필요하며 미래 우수 과학자 성장경로 구축을 위해서 청년과학자 대상의 수월성/자율성 중심의 경쟁 기반의 도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지원 경로를 구축합니다. 석사 졸업자 경력전환 지원을 위해서는 기존의 과다 공급 분야를 중심으로 신산업 혹은 연구지원 전문직 등으로의 경력전환 지원이 필요합니다.
4. 대학원생의 권익보호
대학원생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정부R&D과제 참여시 ‘학생협약서(안)’ 작성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교육 받을 권리 항목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시 대학원(생)의 안정적인 교육활동과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R&D 참여 대학원생의 역할, 연구환경(인건비, 시간 등) 등을 사전에 확인‧협의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안정적인 연구실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입니다.
5. 대학원 통계 정비
대학원 현황(전공별 인력, 졸업 후 경로 등)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 설계 및 데이터 구축을 통해 중장기 전망 및 계획의 실효성을 확대하고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의 경우 석박사 등 배출 인력의 진로, 경력개발 등에 대한 조사를 위한 지원과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한국의 과학기술은 세계적으로 놀랄 만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놀라운 연구결과를 내기도 하지만 실제 이것을 결과물로 도출하는 것이 부족하며, 현재 트렌드에 부합하고 필요한 결과를 뽑아내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에 따라 최초의 연구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제 나라의 경쟁력이 되지는 못하고 오히려 그보다 늦게 발견한 타국에게 선점의 기회를 내주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지게 되는데요.
청년 과학자가 연구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정책과 시스템을 하루 빨리 구축하여 우리 과학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